병원 AI 챗봇, 2026년부터 병원이 지는 고지 의무
2026년 1월 22일 시행된 AI 기본법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를 인공지능이용사업자로 규정했고, 홈페이지에 AI 상담 챗봇을 운영하는 병원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병원은 챗봇이 인공지능 기반으로 운용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고 생성 결과물에 그 사실을 표시해야 하며, 위반 시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규정되어 있으나 시행 후 최소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이 운영됩니다. 챗봇의 답변 범위를 사실 안내로 좁히고, 고지 문장과 한계 문장과 개인정보 문장 세 개를 상담창에 적어두는 것이 지금 시점의 실무 대응입니다.
병원 홈페이지에 AI 챗봇을 붙였다면, 2026년 1월 22일부터 병원은 그 챗봇의 이용자가 아니라 제공자입니다. 이날 시행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줄여서 AI 기본법은 인공지능으로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자에게 고지 의무를 지웠습니다. 대부분의 병원은 챗봇을 홈페이지 업체가 넣어준 기능 하나로 이해하고 계약합니다. 법은 그 기능을 병원이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봅니다. 이 간극에서 원장님이 모르는 의무가 생깁니다.
챗봇을 붙인 순간 병원은 인공지능이용사업자가 됩니다
AI 기본법은 인공지능을 개발해 제공하는 자를 인공지능개발사업자로, 개발된 인공지능을 이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를 인공지능이용사업자로 나눕니다. 병원 홈페이지의 상담 챗봇은 병원이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이므로, 병원은 인공지능이용사업자에 해당합니다. 챗봇을 만든 곳이 외부 업체라는 사실은 이 구분을 바꾸지 않습니다. 법이 나눈 기준은 만든 사람과 쓰는 사람이 아니라, 제공하는 사람과 제공받는 사람입니다. 환자 입장에서 그 챗봇의 제공자는 병원입니다.
사업자에게 붙는 의무는 제31조의 투명성 확보 의무입니다. 첫째, 생성형 인공지능에 기반해 운용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라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미리 알려야 합니다. 이용약관에 넣거나, 화면에 표시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리에 게시하는 방식이 인정됩니다. 둘째,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결과물에는 그 결과물이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표시해야 합니다.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든 기계가 판독할 수 있는 방법이든 상관없습니다.
여기서 원장님이 떠올리실 반론이 있습니다. 병원 챗봇 하나에 무슨 법까지 들이대느냐는 것입니다. 절반은 맞습니다. AI 기본법이 고영향 인공지능으로 지목한 열한 개 분야에 보건의료가 들어 있지만, 진료시간과 주차와 예약을 안내하는 홈페이지 챗봇이 곧바로 고영향 인공지능이 되지는 않습니다. 고영향의 기준은 사람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입니다. 다만 사전 고지 의무는 고영향 여부와 무관하게 생성형 인공지능을 쓰는 것만으로 적용됩니다. 안내용 챗봇도 여기에 걸립니다.
당장 벌금이 나오는 상황은 아닙니다. 사전 고지 의무 위반에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표시 의무 위반에는 시정명령이 규정되어 있지만, 시행 후 최소 1년 이상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는 계도기간이 함께 운영됩니다. 지금 화면 한 줄을 고치면 늦지 않습니다.
챗봇이 만든 문장도 병원이 낸 말입니다
생성형 AI 챗봇의 답변은 병원이 게시한 문장과 같은 무게로 취급됩니다. 의료법 제56조가 금지한 표현들, 이를테면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문구나 다른 병원과 비교하는 문구는 챗봇이 만들어낸 문장이라고 해서 면제되지 않습니다. 생성형 AI는 정해진 답을 꺼내오는 도구가 아니라 문장을 새로 만들어내는 도구입니다. 학습한 표현 안에 마케팅 문구가 섞여 있으면, 원장님이 한 번도 쓴 적 없는 과장 표현이 상담창에서 환자에게 나갈 수 있습니다.
진료 영역으로 넘어가는 경계도 미리 그어두셔야 합니다. AI 문진이나 상담 챗봇이 수집한 내용을 의사가 검토한 뒤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구조라면 사전 정보수집 도구로 기능하므로 의료법 위반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률 실무의 해석입니다. 반대로 챗봇의 답이 그대로 처방이나 진단으로 이어지면 대면 진료 원칙과 충돌합니다. 판단의 마지막 한 걸음이 진료실 안에 남아 있는지가 갈림길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권하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챗봇의 답변 범위를 진료시간, 위치와 주차, 예약 절차, 준비물, 비급여 비용 안내처럼 사실을 옮기는 영역으로 묶고, 증상과 치료 여부를 묻는 질문은 예약이나 전화 연결로 넘기는 것입니다. 범위를 좁히면 위험이 줄고, 답변의 정확도도 함께 올라갑니다.
세 문장을 화면에 적으면 대부분 정리됩니다
지금 병원이 해야 할 일은 시스템 교체가 아니라 문장 세 개를 적는 일입니다. 첫째는 고지 문장입니다. 이 상담창은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답변하며 실제 의료진의 진료 상담이 아니라는 취지를 상담창 첫 화면에 적으십시오. 둘째는 한계 문장입니다. 증상 판단과 진단은 진료실에서 이루어지며 챗봇 답변은 안내 목적이라는 사실을 명시하십시오. 셋째는 개인정보 문장입니다.
세 번째 문장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빠집니다. 환자가 상담창에 증상과 연락처를 적는 순간, 그 대화는 건강에 관한 민감정보가 됩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2025년 8월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 처리 안내서를 내놓은 것도 이런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원장님이 업체에 물어야 할 질문은 세 가지입니다. 대화 기록이 어디에 저장되는지, 외부 인공지능 서비스로 전송되는지, 저장 기간과 파기 시점이 개인정보처리방침에 적혀 있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를 확인하고 문장 세 개를 화면에 넣으면 지금 시점에서 병원이 할 일은 대체로 끝납니다. AI를 도입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도입하는 방식에서 원장님이 확인해야 할 지점이 생각보다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병원 홈페이지 AI 챗봇도 AI 기본법 적용 대상인가요?
적용 대상입니다. AI 기본법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를 인공지능이용사업자로 보고, 병원 홈페이지의 상담 챗봇은 병원이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해당합니다. 챗봇을 외부 업체가 만들었더라도 제공자는 병원입니다.
Q. 챗봇에 AI라고 표시만 하면 되나요?
표시는 최소 조건입니다. AI 기본법 제31조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운용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리고 생성 결과물에 그 사실을 표시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챗봇이 만들어낸 문장이 의료법 제56조가 금지한 표현에 해당하면 그 책임은 별도로 남습니다.
Q. AI 챗봇이 환자 증상을 물어보는 것도 의료행위인가요?
수집한 내용을 의사가 검토해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구조라면 사전 정보수집 도구로 보아 의료법 위반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률 실무의 해석입니다. 챗봇의 답이 그대로 처방이나 진단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면 대면 진료 원칙과 충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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